생활비 안주는 남편 이혼사유될까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약속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약속이 한쪽의 어깨 위에만 놓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생활비를 감당하며 버티고, 누군가는 가족의 삶을 외면합니다. 배우자의 경제적 무책임과 책임 회피는 관계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무너뜨리는 문제입니다. 요즘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고민도 바로 이것입니다.
“생활비도 주지 않는 남편”
“집안일과 가정경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내”
“소득은 있는데 본인 욕구에만 쓰는 배우자”…
과연 이런 상황은 법적으로 이혼 사유가 될까요?
부양의 의무: ‘네 돈·내 돈’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지속성
우리 민법은 부부에게 상호 부양의 의무를 명확히 부여합니다. 성별이나 역할과 상관 없이, 부부라면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생활비를 거부하고 가족을 방치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민법 제840조 제2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여, 명백히 이혼 사유로 인정됩니다.


반면에 단순히 소득이 없거나 질병 등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즉, 능력이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과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것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취미·사치·여가 비용엔 돈을 쓰면서 가족의 생계는 외면하는 행동은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됩니다.
경제적 학대라는 감춰진 폭력
가정에서는 ‘돈 문제’가 단순한 금전 갈등을 넘어 심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 하루 카드 사용 내역을 일일이 감시하거나
- 가계부를 강제로 제출하게 하거나
- 돈 문제를 이유로 반복적으로 비하·폭언을 하는 경우
이는 민법 제840조 제3호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외벌이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경제적 통제는 배우자를 ‘종속 관계’로 만들며, 이 단계에 이르면 결혼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과도한 사치와 낭비 역시 가정경제를 무너뜨리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입니다. 쇼핑 중독, 무리한 투자(주식·코인·도박 등), 과도한 대출로 가족 재정에 피해를 입혔다면 이는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됩니다.
가정은 두 사람의 공동체입니다.
‘함께’가 빠진 경제생활은 그 자체로 이미 결혼의 기능을 잃은 상태입니다. 이혼을 고민한다면: 감정보다 중요한 건 ‘증거’와 ‘전략’ 생활비 갈등이든, 경제적 학대든, 법원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를 봅니다. 따라서 아래 자료들은 반드시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증거들
- 객관적 기록: 통장 내역, 카드 사용 내역, 가계부 등 경제적 유기·낭비를 보여주는 자료
- 대화 및 폭언 기록: 카카오톡, 문자, 통화 녹취 등 책임 회피·통제·비난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
- 심리적 고통의 증거: 상담 기록, 일기, 병원 진단서 등 정신적 손해를 보여주는 자료
이혼 소송은 재산분할, 양육권, 양육비, 위자료가 모두 얽힌 매우 복합적인 절차입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갈등이 법적으로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나에게 유리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이 모든 것은 혼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혼을 고민 중이라면, 감정적 소모는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상황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이혼을 막는 길이 될 수도, 더 나은 삶을 선택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용기 있는 결정은 언제나 미래를 바꿉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 지금부터 차분히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